#1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한순간에 지난 시간들과의 이별을 겪으면서 초반에 날 위로해줬던 것들은 '추억'이었다.
가슴이 시리고 찢어지게 아플때 뽕을 맞는듯한 기분을 들게 해주던,
초반에 열렬히 주고 받았던 편지들, 하루하루 영화같았던 날들의 사진들, 위니하우스에 남아있는 우리 둘의 흔적들, 그 어디에도 올리지 못한 채 데스크탑에 쌓여져 있던 엄청난 양의 사진들...
다시 봐도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하고, 이렇게 예뻤구나 이렇게 사랑했구나 사귀면서도 그 감정들을 잊고 있었는데 생생히 살아나 나를 위로해줬었다.
그런데 막상 당장에는 너무 가슴아프고 하나하나 절절해서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지난 3년동안 기록의 밀도가 점점 급격히 낮아졌던게 아닌가 싶다. 초반에는 정말 미칠듯 보고싶어하고 사랑하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기록으로 남아있고 자꾸 들춰봐지고 기억속에도 확실히 남아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분명 꾸준히 추억을 열심히 예쁘게 만들었겠지만, 기록이 많이 부족하더라. 그만큼 내 기억도 2005년도보다 2007-8년이 훨씬 최근인데도 띄엄띄엄, 뭘 하며 지냈었나.. 싶어. 지금 와서 말이지만 초반의 엄청난 추억들로 나머지 기간들을 버틴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점점 노력이 부족했던거지. 아무리 직장인이 되었다고 해도, 환경이 달라졌다 해도 다 핑계였지 싶다. 사진, 기록들 가지고 너무 크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어쨋든 같은 맥락으로 보면.. 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그것을 단단하게 하고 유지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듯. 그만큼 노력이 더더욱 필요했나보다.
연애 뿐 아니라, 현재 일상의 소소한 추억들을 다시 열심히 기록으로 남겨두어야지. 가끔 들춰보는 위니하우스는 내 대학시절을 지금의 내 기억력보다 훨씬 자세히 말해주고 있으니까. 홀랑홀랑 흘려보내지 않기로 하자.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현재의 모든 순간들을. 아참. 생각난 김에 틈틈이 위니하우스에 남아있는 버려야 할 사진들도 처분하고 다시 살려야겠다. 너무 양이 많아서 귀찮아서 슬쩍 접근경로만 돌려놨는데. 나머지 나만의 추억들이 아깝다.

#2
왜 그렇게 '결혼'에 집착했을까?
연애 초반에는 난 분명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사람이랑 결혼할거야! 라고 확신하지 않았었다. 여자라는 천성적으로 불리한 점도 있었고 아직 어리고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생각했으니.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우린 결혼할거야"라는 말에 세뇌당해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무조건적인 피해자라 느껴지지만... 그건 또 아니고. 내가 오바한거지) 그래서 사귀는 내내 정말 치열하게 미친듯이 으르렁대며 크게 싸운 적이 꽤나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항상 이 문제에서 걸렸던거다. 난 이사람이랑 결혼할 건데, 이런면에서 이렇게 안맞으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그러니 누구 한명은 양보하고 맞춰야해! 라는 강박관념에 끝장을 보자! 식의 싸움이 많았다. 지금와서 보면 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나. 결국 이런 결말인걸. 그냥 그때 그 감정으로 상대방을 사랑하기만 하면 되었을 것을, 서로 다른 면에서 부딪치면 그래, 넌 이렇구나, 하고 인정해주고 말면 되었을 것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었다는 생각이 이제 와서 좀 든다. 다음 찾아올 사랑은 조금 더 성숙하게,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감사하며 사랑해야지. 그럴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주길 바랄 뿐이다 ^^.

#3
모든 사랑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이건 정말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패러다임이랄까? 보통 누구누구 헤어졌대- 하면 나쁜놈, 못된놈, 하여튼 남자들은 왜그런거야? 다똑같아! 라며 분노를 퍼부어줬었는데. 아니면 반대로 여자가 여우같이 남자 버리고 가버리다니 못됐어! 라고 욕해줬는데. 나에게 이런 일이 다시 온다면 정말 이 생각대로 쏘 쿨~하게 받아들일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아마 아픔의 강도는 전혀 변함없을거다. 그래도 조금은 더 이해하고 조금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모든 사랑의 시작과 끝에는 저마다의 그럴만한, 그래야 할 만한 이유와 사연들이 있으니 누구도 어느쪽도 욕먹을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니까. 나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당할수도 있는 일이고 어느 한쪽도 100% 잘못한거고 잘못하지 않은건 아닐거니까. 이러는 와중에도 우리 언니를 괴롭히는 어떤 미친놈에게는 쌍욕을 퍼부어주기도 하지만.. =_=

#4
나는 지금,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딱, 헤어지고 난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짐을 싸고 서울가는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위에서.. 잠시 정신이 들었을때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이 내가 가장 생생하게 예뻤을 나이인 스물셋부터 스물여섯이 허망하게 날아갔구나. 이제 나는 어떡하나. 였다. 스물셋부터 이사람 하나만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후려 맞은 기분이었지. 그치만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내 나이 스물여섯, 워낙에 아직 어린 나이이기도 하지만, 대학교 3,4학년때 그때보다 지금의 나는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고 사회적 지위도 달라졌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그때보다 더 갖췄으니 난 지금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 현재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살려고 한다. (부작용: 지름신) 운동도 시작하고, 악기도 더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고, 피부 관리도 해주고, 책도 많이 읽고 자기계발도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물론 회사일은 디폴트고-_-(흠 요즘 가장 골칫거리가 회사.. 재미를 다시 찾아야 할텐데...) 요즘 이것저것 처음 시작하는 것들이 주로 외적인 모습에 치중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튼 내가 많은 걸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조금 더 스스로 많이 움직이고 부딪쳐 나갈거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정적인 내가 더 많이 움직이고 숨쉬고 땀흘리고 뛰어나갈거다. 왠지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신난다 :)







...
이런 생각들이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 다시 돌아보면
또 다시 우습고 어리게 느껴지겠지만
(몇년 전 내가 써놓은 글들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처럼)
이만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커가는 거겠지.

어쨋든
지금은
고맙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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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20:45 2008/11/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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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방문자 2008/12/29 00:07  Modify/Delete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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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2008/07/28 11:58 / 혼잣말

모든게 내 몫이 되었다.
생각보다 차분하게 대처했고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분노때문에 그간의 추억을 난장판으로 헤집어놓지 않은 것도 잘한 것 같고
마음이 떠난걸 내가 어쩔수 있겠어,, 그저 그의 말투에서 우리의 3년 한달이라는 세월이 아무것도 아닌건 아니었다는 게 느껴져 더 많이 상처받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만큼 눈물을 더 흘려놓으면 내가 조절할 수 있을만큼의 마음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흐름 없는 생각들이 하루종일 머리속을 둥둥 떠다닌다.

정말 미칠듯이 아프다.
직감이라는게 정말 맞는건지 한 4일동안 나름 마음의 준비를 톡톡히 해내며 기다렸고
그 결과는 깔끔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적어도 내가 느끼는 한 숨김이 없었고 나도 온전히 받아들였다.

사실 아직 완벽하게 실감이 나지 않는 것도 있다.
내가 생각나는 만큼 지금 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죄책감에라도) 정말 미련스러운 미련이 생기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미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다는데.. 내 자리는 없겠지. 생각이 나겠냐구. 한창 설레일 때잖아. 기대할 걸 기대해라)

얼마나 빨리 치유될지, 이런건 기대도 안한다.
그저 지금 바라는 건 내가 나 혼자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추억을 전면 부정하지나 말았으면. 행복했던건 행복했던거니까.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여겨지니까. 일단은.
많이 표현했고 많이 노력했고 많이 행복했고 많이 사랑스러웠으니.

엄마는 그러니 언제나 마음을 온전히 줘서는 안된다고 한다.
항상 이럴 때를 대비해서 조금은 남겨둬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직은 더 많이 배워야 하겠지.

그날밤, 그 작은 방에서 정말 남들이 들으면 무서울만큼 목놓아 울다가
누워도 잠이 안왔다. 아프고 화나고. 이빨이 다 빠져버릴 것같은 아픔은 정말 싫다. 밤새 그랬다.
잠도 안오고 해서 컴퓨터를 켜고 조금 정리를 했다.
너무 빨리 해버렸는지 벌써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미 남이 되어버렸고 연결고리가 없어져 근황이 어떤지 알수가 없지 않은가..
(조금 웃겨보일수도 있겠다. 분노를 품고 그냥 바로 몇시간만에 슥삭 처리! 에 뭐 이제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땐 내가 다른 손을 쓸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고 치자.)
자꾸 욕심부리지 말자. 이미 알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바쁘고 정신없을때 그냥 생각없이 훅훅 지나버리다 얼마 못가 더 크게 힘들수 있으니
오히려 기회라 여겨도 될 것 같다.
온몸으로 받아들어야지 어쩌겠어.
힘내자. 아아 힘은 못낼 망정 너무 많이 아프지는 말자.
앞으로 더 어떻게 생각이 삐뚤어져서 그사람을 욕하고 헐뜯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좀 살지 뭐~
사람들한테 얘길 하면 일단 무조건 욕을 해준다.
그래 다 내편인건가- 아 또 그래서 그게 무슨 힘이 되나.
욕을 들으면 또 난 그래도 충분히 그럴수 있자나.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고. 그만큼 밉게 느껴지지는 않았어, 그냥 납득이 되더라고. 좋았던 기억 고마운 기억만 나더라고. 라며 얘기하고 싶어지는데.
하하 그래도 치밀어오르는 그 무언가가 없지는 않지.

어.쨋.든.
잘살자.
보고싶어하고 그리워하고 미워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화내고 욕하고 괴로워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해질때까지.
나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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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11:58 2008/07/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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